오늘은 가을학기 중간고사의 첫날이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제가 맡은 Introduction to Programming 과목은 중간고사를 치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고사는 이번 학기부터 새롭게 시도되는 첫 무감독 시험 중 하나였습니다. 당초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시험 분위기는 매우 건전하고 자율성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표면적으로 무감독 시험 제도가 잘 정착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무감독 시험이라는 이슈가 며칠 전부터 인터넷과 강의실들을 뜨겁게 달구었고 그 주된 이유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였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무감독 시험 제도가 우리 학생들에게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보완장치 뿐만 아니라 토론 등을 통한 필요성을 납득하는 과정 역시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부정행위로 인해 성실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무감독 시험을 했어야 했고, 앞으로도 하려고 하는가?
학교와 교수님들의 공식 입장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지켜주고 자긍심과 자존감을 고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학교와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믿는다면 학생들은 보다 더 높은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이지요. 오늘은 이런 추상적인 이유를 보다 직접 와닿도록 설명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기업가들로부터 엄청난 뒷돈을 받아챙기는 비리 정치인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리사욕을 위해 공공의 재화를 착복하는 탐관오리들은 어떤가요? 연예인 성상납 사건들을 보고 분노하였나요? 학생회비를 가로채는 총학 간부들의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사건들을 접하고, 비리 정치인, 탐관오리, 성상납을 받은 PD나 유력자, 비리 총학 간부 등을 부러워하고 삶의 롤모델로 삼고자 한다면 여러분에게 무감독 시험 제도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무감독 시험 제도는 최소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는 아닙니다.
무감독 시험 제도는 바로 여러분들에게 위와 같이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파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가르쳐주고, 그 욕심을 어떻게 조심하고 제어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자신이 자신의 욕심을 억제하고 올바른 길을 걸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큰 자긍심과 자신감이 자신을 얼마나 강한 사람으로 만드는지에 대해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과정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무감독 시험제도에서는 "99%의 건전한 학생들이 있어도 1%의 불건전한 학생들로부터 피해를 입는다"라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비단 학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1%의 불건전한 그 학생들은 어차피 학교에서 감독 시험을 통해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졸업한 뒤에 이 사회에서 사리사욕을 위해 양심을 파는 행위로 여러분에게 해악을 끼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은 그 1% 같은 사람들 때문에 세상살이에서 알게모르게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간이 모두 신이 아닌 이상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학교가 일반적인 사회공동체라면 학교의 입장은 1%가 되었더라도 비양심적 구성원으로부터 선량한 대다수를 보호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지상 목표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하나의 공동체임과 동시에 완전하지 못한 초보성인들을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더 나아가서 우리 UNIST 같은 경우는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구성원으로 교육해야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우리의 무감독 시험은 이러한 책임을 짊어지는 방법으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양심과 눈 앞의 학점, 장학금 등을 저울질 해야하는 시련을 제공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훈련을 거듭함으로서 향후 능력은 있으되 그 능력으로 "고차원적" 도둑질, 강도질을 하는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함입니다.
(만약 무감독 시험이기에 아주 약간, 사소한 트릭으로 좋은 학점을 받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장학금을 받게 된다면, 자신이 "비리 정치인", "탐관오리", 더 나아가서 "강도, 강간, 소매치기범" 등과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 더 큰 이익이 주어진다면 더 큰 죄악도 저지를 수 있음을 깨닫고 삶의 자세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기 바랍니다.)
사람이 눈 앞의 이득과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계량하기 힘든 자신의 양심과 철학 사이에서 눈 앞의 이득을 포기하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이것은 자신의 삶의 철학을 외부의 유혹과 압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티비나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 앞의 이득을 취한 사람들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무감독 시험을 통해 자신이 그 시험대에 오르게 되면 자신 역시 자신이 손가락질 한 사람들과 종이 한 장 차이의 경계선을 오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이기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보다 강한 자아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학생들 모두 우리의 무감독 시험 제도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강한 실력 못지 않게 강한 정신력과 확고한 철학을 지닌 훌륭한 Unistar들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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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I.. 교수 다 됐네그려~
Unist는 힘든 일만 골라 하는군요. 뜻이 좋으니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우리 큰아들도 Unistar 1기랍니다. 좋은 가르침 바랍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최고의 대학이 되려면 자기양심을 다스릴수 있는 학생들을 양성해야 하겠죠?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아... UNIST는 정말 재밌는 일을 많이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