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언제부터인가 기술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항상 느끼는 불쾌감이 있습니다. 아마 대학원에 오게 되면서부터라고 생각됩니다.

대학생 때에는 그저 컴퓨터나 기술이 좋아서 신기술이 나오면 재밌게 받아들이고 필요한 것은 배우기도 하고 말그대로 신기술을 부담 없이 받아들였는데 제가 프로페셔널을 전산학으로 잡은 이상 어느 정도 폭넓게 이쪽 기술의 동향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암묵적인 의무(?) 같이 느껴지더군요.

누군가가 "Ajax가 뭔지 알아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운영체계가 전공이라 그쪽은 잘..."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네...그러시군요"하면서도 뭔가 미적지근한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살짝 금이 가고 때로는 내가 이 바닥에 전문가라 한다면 웹서비스 쪽도 잘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나 블로그 등으로 저 역시 저 만의 간단한 웹서비스를 만들거나 할 때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CSS 파일이니 원하는대로 고쳐서 쓰면 되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숨이 콱 막힐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직접 공부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일 뿐 그쪽의 전문가는 커녕 초보자 수준도 아닌 상태라서 더 이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라게 됩니다.

최근에 누군가와 공동 연구를 하면서 성능 분석을 위해 J2EE 기반의 벤치마크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생소한 용어들이 마구 나오더군요. 서블릿, J2EE, Tomcat 까진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JBOSE, JOnAS 등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을 듣고있자면 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됩니다.

언젠가 모전자회사 직원분이 제가 운영체계를 전공한다니 당연히 알겠다는 듯이 L4 커널에 대해 물어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핸드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퀄컴사에서 L4를 표준 개발 환경으로 삼겠다고 발표해서 핸드폰 제조사들이 L4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때였다더군요. 하지만 저는 독일에서 개발된 Mach Kernel의 변종인 L4에 대해서 당시 처음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세상의 모든 운영체계에 대해 다 알아야 하냐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일단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더군요.

아무튼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했다고 신문에 나올 때마다 그냥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새 기술이 나오면 언제나 즐거웠는데 지금은 언젠가 제가 TV 리모콘을 보고 사용법을 배우기 힘들어 당황할 "그날"이 올 것 같아서 걱정이 많습니다.
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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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보니 한창 젊은 "대학생"때, 핸드폰 배터리가 분리된다는 것을 핸드폰 산 뒤 몇달이 지난 뒤에 알고나서 신기해했던, 지금은 역시 핸드폰 만드는 회사에 있는 모 친구가 떠오르는군.

  2. 비밀댓글 입니다

  3. 웹페이지에 있는 이미지를 로컬로 저장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랩에 있는 박사생을 불렀다는, 모 대학 전자과 교수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우리 모두 늙어가는겨;

  4. 청비검 2008/02/19 13:59

    어... 그런 고민 나만 하는 건 아니었군...

  5. 이 동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나누는 대화가 있다.

    사람 : 그럼.. 무슨 공부를 하시나요?
    제현 : 자성(magnetism)하는데요, 하드디스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사람 : 아 그래요? 마침 잘 됐네요.
    제현 : 네?

    사람 : 우리 집 하드디스크 소음이 좀 심한데 이건 왜 이런가요?
    제현 : 저.. 제가 하는 건 기록쪽이라서요, 그건 기계쪽이라. ^^;

    사람 : 아, 기록이요, 그럼 뭐 모터 이런 쪽은 잘 모르구요?
    제현 : 네;;

    사람 : 그럼 뭐 다른 거 물어볼께요. 아들놈이 요새 이상한 걸 보는 것 같은데.. 그런 걸 안보이게 숨겨놓는 것 같단 말이예요. 애비된 마음에서 잘못되지 않게 하고 싶은데.. 그런 건 어떻게 찾아봅니까? 기록 하신다니 내 물어봅니다.


    ... 뭐 이런.. -_-;

  6. 네 논지랑은 좀 벗어나는 일이긴 한데,
    생각난 김에 적어봤다;

  7. 호.. 너도 늙어가는구만;; ㅎㅎ 요새 그쪽 날씨 개떡이라는 뉴스가 나오더구만.. (맞나 모르겄다-_-) 애 조심해서 잘키우고 올해 한번 놀러가마 ㅎㅎㅎ

  8. 우와~ 이런거 처음보는데 신기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