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몸담게 된 UNIST는 이름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평범한 종합 대학교는 아닙니다. 다른 대학교들과 차별화하는 많은 특징들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비록 UNIST의 교수이지만 저 역시 학교의 행정적, 법적인 면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여기에 적는 정보는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바이며 공식적인 자료는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
1. 국내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학교
UNIST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이지만 법인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소득 수준을 갖고 있는 광역시임에도 울산대학교 외에는 대학교가 없다는 울산 시민들의 염원으로 국립 대학교의 설립이 추진되었습니다.
현재 국가는 장기적으로 현존하는 국립대학교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국립대학교의 법인화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대학교들 대부분이 자생적 능력을 갖추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대부분 강력한 반대를 하고 있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대학교 정도가 찬성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양날의 칼입니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독립적으로 하고 국가는 기본적인 예산만을 제공하므로 많은 부분을 학교가 외부 연구용역,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수들에게 연구 용역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하거나 등록금 등이 타 국립대학교에 비해 높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연구 수주가 원활하고 기부금이나 등록금으로 인한 소득이 좋은 경우 교수를 더 뽑거나 유능한 교수들을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도 자유롭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아니지만 KAIST 역시 특별법에 의한 법인으로 국가의 보조를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자생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성공한 법인화 국립대학교의 모델로 KAIST를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이러한 자율성 때문에 상황이 좋게 흘러간다면 순풍에 돛단듯 빠르게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를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자율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법인화가 좋은 것이지요.
반대로 최악의 경우 등록금이 상당히 오르고 재정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예산을 전부 국가가 보조해주는 일반 국립대와 달리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장기적으로 상당 부분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울산과기대는 울산과기대법에 의해 정부에서 울산과기대의 예산을 제공해야한다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어 예산면에서는 기존 국립대와 형평성을 유지하지 않을까하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입니다.
2. 연구중심 대학교
딱히 법적으로 연구중심 대학이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의 연구 중심 대학교가 무엇무엇이 있다는 것들은 다들 동의하는 바입니다. 연구중심 대학교의 대표적인 특징은 낮은 교수대 학생 비율과 충분한 연구 환경 지원 등이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UNIST는 연구중심 대학교입니다. 현재도 교수대 학생 비율은 1:10 에 육박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학생이 100% 입학을 하여도 1:20 미만의 교수 비율을 유지할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초기 연구 정착금을 저 역시 깜짝 놀랄만큼 큰 액수를 지원하여 주어, 연구를 시작하는데 있어 시설을 구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 훌륭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전공의 경우 그 부분을 감안해서 깜짝깜짝 두번 놀랄만큼 많은 시설지원금을 받기도 하시더군요. 아무튼 현재는 연구자들의 연구시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그 만큼 학교측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 역시 매우 크기 때문에 교수들에게 과연 많은 연구비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일단 힘껏 연구 해볼 수 있는 환경은 확실한 듯합니다. 저의 경우 현재 대학원생이 없는 것이 단 하나의 문제라면 문제입니다만 여름 학기에 대학원생까지 생긴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다는 격, 연구중심 대학교의 위상에 걸맞는 환경이라 생각됩니다.
3. 상위권 대학교
비록 아직 첫해 입학생만을 받아 학생의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지만 현재까지 입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본다면 상당히 우수한 학생들임은 분명합니다. 평균 내신 1.5 등급에 석차 3% 미만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고 인터넷에 알려진 바로는 소위 명문 사립대에 합격하고 UNIST로 온 경우도 제법 많더군요. 물론 이곳 울산의 새로 개교하는 학교까지 와서 공부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일단 결과적으로는 우수한 학생들끼리 함께 모인다는 것은 학교의 발전 뿐만 아니라 학생 각자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사실 필수적인 것들을 제외한 엑스트라들은 결국 동아리나 친구 등 학생들끼리 함께하며 경쟁하며 배웠던 것이기에 동료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UNIST는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4. 전원 기숙사 학교
KAIST의 윤정로 교수님 수업 시간에 초대 하바드 총장(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 대학을 지을 때 도서관과 기숙사를 먼저 지어야 한다고 했다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 만큼 기숙사는 대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국처럼 그리스어 세글자 기숙사는 아닐지라도 기숙사 문화는 해당 대학생들의 분위기 및 학풍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카이스트와 유사하게 1학년들이 강의실이나 식당에서 밤12시까지 함께 공부하고 숙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술을 마시고 밤에 늦게 다니거나 사고를 치는 일도 한 건도 없었습니다. 보통 신입생들이 술로 인해 한두건의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UNIST의 분위기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은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하고 함께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일이 많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경우 대단한 장점이 됩니다. 특히 기숙사 및 학교가 산속에 파뭍혀 있는 환경으로 인해 현재까지 거의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방불케하는 학업 열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5. 외딴 곳의 학교
Somewhere in Nowhere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울산광역시에 속해있지만 공식적인 학교 위치는 언양읍에 있습니다. 언양불고기로 유명한 바로 그곳입니다. 고속도로를 따라 처음으로 학교 캠퍼스로 향하는 길에 "불고기 특구 언양"이라는 커다란 팻말에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 되겠습니다. 번화한 관광 특구 유성에 있던 KAIST와 비교하면 이곳은 산속의 휴양지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차를 타면 얼마 안 걸려 번화가가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를 타고 이야기고 실제로 학교 안에서 보면 삼면이 산이요 한면은 고속도로라는 엄청난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Penn State가 마치 번화가 한 가운데 있는 대학교처럼 느껴질 정도더군요.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위치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공사가 진행되는 관계로 낮에는 먼지가 날리지만 밤에 집에 가는 길의 공기는 대도시의 그것과 달리 상당히 깨끗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가 안 좋다는 울산에서 이곳만큼은 좋은 공기를 갖고 있는 것 같군요. 아울러 넓은 부지를 아름답게 꾸민 캠퍼스를 갖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물이 살짝만 차있지만 큰 호수가 있고 학교 주요 건물을 둘러서 물길이 있습니다. 그 물길 위로는 조명도 아름다운 다리들이 놓여져있구요. 지금도 밤에 다리 조명을 켜놓으면 상당히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멋진 캠퍼스는 이런 산골짜기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까진 시설 및 캠퍼스의 모습이 매우 훌륭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조감도에 있는 모습 중 1/3 정도만 완성이 되었지만 곧 다 완공이 되면 조감도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재현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강의실 및 모든 건물이 지나치리만큼 최첨단 시설들이여서 교수님들도 이러한 시설들을 배우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만큼 캠퍼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6. 참신한 교육 모델의 시험장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UNIST의 특징은 바로 교육 모델에 있습니다. 몇년 전에 혜성 같이 등장한 초소형 융합 공학 대학교인 미국의 Olin 공대는 10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벌써 Stanford, MIT 등과 동등한 아니면 그 이상의 학생 수준을 유치하는 대학 교육의 혁신적인 롤모델로 발전하였습니다.
UNIST는 Olin 공대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신생의 소형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 국내의 대학교에서 도입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MS(lecture management system)의 전면적인 도입 등으로 기초 과목 코스트를 절감하며 교육 효과를 높이고, 절감된 코스트로 전공 교육의 질을 경쟁 학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전략을 통해 국내 최고의 교육 경쟁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외에도 교양 과목의 융합화 등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인 도전은 기존에 완성되어 있는 학교라면 교수 및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도입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UNIST는 새로 개교하는 학교이기에 기존에 자리 잡은 체계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새로운 시도도 받아들여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혁신이 시도되었고 그 중 상당수는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중 일부는 기대와 달리 어려운 점에 부딫치는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대학 교육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Olin 공대가 되어 수년내에 최고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 결언
저는 사실 UNIST의 시작 때에는 매우 회의적이었습니다. 국내의 포화 상태인 이공계 대학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것부터 국립대학 법인이라는 것 등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했고 교수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이 성공적으로 되었고 수시 입학 성적이 매우 높았다는 기사가 나온 그날, 어쩌면 지금 내가 성공적인 연구중심 대학의 출발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바로 지원 원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여기 와서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처음 들어왔을 때 국내 최고 대학이 되겠다는 약간은 허황되게 들렸던 포부가 현실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둔 비젼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물론 다소 실험적인 새로운 학교의 건설 과정은 구성원들의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성공하였을 경우 그 댓가는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저 역시 UNIST의 비젼에 감화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밤 11시에 퇴근하면서 아직 불이 켜진 교수실들과 강의실마다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최고 대학이 못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침에 제 오피스에 들어서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UNIST의 교수이지만 저 역시 학교의 행정적, 법적인 면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여기에 적는 정보는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바이며 공식적인 자료는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
1. 국내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학교
UNIST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이지만 법인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소득 수준을 갖고 있는 광역시임에도 울산대학교 외에는 대학교가 없다는 울산 시민들의 염원으로 국립 대학교의 설립이 추진되었습니다.
현재 국가는 장기적으로 현존하는 국립대학교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국립대학교의 법인화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대학교들 대부분이 자생적 능력을 갖추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대부분 강력한 반대를 하고 있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대학교 정도가 찬성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양날의 칼입니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독립적으로 하고 국가는 기본적인 예산만을 제공하므로 많은 부분을 학교가 외부 연구용역,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수들에게 연구 용역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하거나 등록금 등이 타 국립대학교에 비해 높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연구 수주가 원활하고 기부금이나 등록금으로 인한 소득이 좋은 경우 교수를 더 뽑거나 유능한 교수들을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도 자유롭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아니지만 KAIST 역시 특별법에 의한 법인으로 국가의 보조를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자생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성공한 법인화 국립대학교의 모델로 KAIST를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이러한 자율성 때문에 상황이 좋게 흘러간다면 순풍에 돛단듯 빠르게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를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자율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법인화가 좋은 것이지요.
반대로 최악의 경우 등록금이 상당히 오르고 재정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예산을 전부 국가가 보조해주는 일반 국립대와 달리 법인화 국립대학교는 장기적으로 상당 부분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울산과기대는 울산과기대법에 의해 정부에서 울산과기대의 예산을 제공해야한다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어 예산면에서는 기존 국립대와 형평성을 유지하지 않을까하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입니다.
2. 연구중심 대학교
딱히 법적으로 연구중심 대학이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의 연구 중심 대학교가 무엇무엇이 있다는 것들은 다들 동의하는 바입니다. 연구중심 대학교의 대표적인 특징은 낮은 교수대 학생 비율과 충분한 연구 환경 지원 등이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UNIST는 연구중심 대학교입니다. 현재도 교수대 학생 비율은 1:10 에 육박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학생이 100% 입학을 하여도 1:20 미만의 교수 비율을 유지할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초기 연구 정착금을 저 역시 깜짝 놀랄만큼 큰 액수를 지원하여 주어, 연구를 시작하는데 있어 시설을 구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 훌륭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전공의 경우 그 부분을 감안해서 깜짝깜짝 두번 놀랄만큼 많은 시설지원금을 받기도 하시더군요. 아무튼 현재는 연구자들의 연구시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그 만큼 학교측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 역시 매우 크기 때문에 교수들에게 과연 많은 연구비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일단 힘껏 연구 해볼 수 있는 환경은 확실한 듯합니다. 저의 경우 현재 대학원생이 없는 것이 단 하나의 문제라면 문제입니다만 여름 학기에 대학원생까지 생긴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다는 격, 연구중심 대학교의 위상에 걸맞는 환경이라 생각됩니다.
3. 상위권 대학교
비록 아직 첫해 입학생만을 받아 학생의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지만 현재까지 입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본다면 상당히 우수한 학생들임은 분명합니다. 평균 내신 1.5 등급에 석차 3% 미만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고 인터넷에 알려진 바로는 소위 명문 사립대에 합격하고 UNIST로 온 경우도 제법 많더군요. 물론 이곳 울산의 새로 개교하는 학교까지 와서 공부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일단 결과적으로는 우수한 학생들끼리 함께 모인다는 것은 학교의 발전 뿐만 아니라 학생 각자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사실 필수적인 것들을 제외한 엑스트라들은 결국 동아리나 친구 등 학생들끼리 함께하며 경쟁하며 배웠던 것이기에 동료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UNIST는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4. 전원 기숙사 학교
KAIST의 윤정로 교수님 수업 시간에 초대 하바드 총장(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 대학을 지을 때 도서관과 기숙사를 먼저 지어야 한다고 했다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 만큼 기숙사는 대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국처럼 그리스어 세글자 기숙사는 아닐지라도 기숙사 문화는 해당 대학생들의 분위기 및 학풍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카이스트와 유사하게 1학년들이 강의실이나 식당에서 밤12시까지 함께 공부하고 숙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술을 마시고 밤에 늦게 다니거나 사고를 치는 일도 한 건도 없었습니다. 보통 신입생들이 술로 인해 한두건의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UNIST의 분위기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은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하고 함께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일이 많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경우 대단한 장점이 됩니다. 특히 기숙사 및 학교가 산속에 파뭍혀 있는 환경으로 인해 현재까지 거의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방불케하는 학업 열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5. 외딴 곳의 학교
Somewhere in Nowhere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울산광역시에 속해있지만 공식적인 학교 위치는 언양읍에 있습니다. 언양불고기로 유명한 바로 그곳입니다. 고속도로를 따라 처음으로 학교 캠퍼스로 향하는 길에 "불고기 특구 언양"이라는 커다란 팻말에 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 되겠습니다. 번화한 관광 특구 유성에 있던 KAIST와 비교하면 이곳은 산속의 휴양지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차를 타면 얼마 안 걸려 번화가가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를 타고 이야기고 실제로 학교 안에서 보면 삼면이 산이요 한면은 고속도로라는 엄청난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Penn State가 마치 번화가 한 가운데 있는 대학교처럼 느껴질 정도더군요.
내년이면 다 완공이 될 모습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위치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공사가 진행되는 관계로 낮에는 먼지가 날리지만 밤에 집에 가는 길의 공기는 대도시의 그것과 달리 상당히 깨끗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가 안 좋다는 울산에서 이곳만큼은 좋은 공기를 갖고 있는 것 같군요. 아울러 넓은 부지를 아름답게 꾸민 캠퍼스를 갖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물이 살짝만 차있지만 큰 호수가 있고 학교 주요 건물을 둘러서 물길이 있습니다. 그 물길 위로는 조명도 아름다운 다리들이 놓여져있구요. 지금도 밤에 다리 조명을 켜놓으면 상당히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멋진 캠퍼스는 이런 산골짜기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까진 시설 및 캠퍼스의 모습이 매우 훌륭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조감도에 있는 모습 중 1/3 정도만 완성이 되었지만 곧 다 완공이 되면 조감도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재현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강의실 및 모든 건물이 지나치리만큼 최첨단 시설들이여서 교수님들도 이러한 시설들을 배우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만큼 캠퍼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6. 참신한 교육 모델의 시험장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UNIST의 특징은 바로 교육 모델에 있습니다. 몇년 전에 혜성 같이 등장한 초소형 융합 공학 대학교인 미국의 Olin 공대는 10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벌써 Stanford, MIT 등과 동등한 아니면 그 이상의 학생 수준을 유치하는 대학 교육의 혁신적인 롤모델로 발전하였습니다.
UNIST는 Olin 공대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신생의 소형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 국내의 대학교에서 도입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MS(lecture management system)의 전면적인 도입 등으로 기초 과목 코스트를 절감하며 교육 효과를 높이고, 절감된 코스트로 전공 교육의 질을 경쟁 학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전략을 통해 국내 최고의 교육 경쟁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외에도 교양 과목의 융합화 등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인 도전은 기존에 완성되어 있는 학교라면 교수 및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도입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UNIST는 새로 개교하는 학교이기에 기존에 자리 잡은 체계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새로운 시도도 받아들여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혁신이 시도되었고 그 중 상당수는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중 일부는 기대와 달리 어려운 점에 부딫치는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대학 교육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Olin 공대가 되어 수년내에 최고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 결언
저는 사실 UNIST의 시작 때에는 매우 회의적이었습니다. 국내의 포화 상태인 이공계 대학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것부터 국립대학 법인이라는 것 등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했고 교수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이 성공적으로 되었고 수시 입학 성적이 매우 높았다는 기사가 나온 그날, 어쩌면 지금 내가 성공적인 연구중심 대학의 출발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바로 지원 원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여기 와서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처음 들어왔을 때 국내 최고 대학이 되겠다는 약간은 허황되게 들렸던 포부가 현실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둔 비젼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물론 다소 실험적인 새로운 학교의 건설 과정은 구성원들의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성공하였을 경우 그 댓가는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저 역시 UNIST의 비젼에 감화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밤 11시에 퇴근하면서 아직 불이 켜진 교수실들과 강의실마다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최고 대학이 못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침에 제 오피스에 들어서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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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잘 되면 좋겠네요.
정말 학교가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딸도 테크노경영학과에 재학중입니다. 총장님과 교수님들의 열정이 유니스트를 세계적인학교로 만들어 나갈것을 믿고 앞으로 많은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교수님 글을 읽으니 정말 우리 학교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학생은 아니고 현재 과기대에서 작은 일은 맡고있는 직원인데,
우연히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아 어쩌다 보니 서의성 교수님 블로그에 왔었던 거군요 ㅋㅋㅋ 안녕하세요, UPC 잠수멤버 인사올리옵니다..
교수님의 글을 몇번이나 읽었습니다.
우리아이도 에너지공학을 공부하고싶어 울산과기대에 지원했거든요.
가군에서 명문대를 우수생으로합격했는데 반가워하지도 않다가
유니스트합격통보를 받고선 얼마나 기뻐했던지..
이번주에 다녀갔는데 여러말중에 "친구들이 참 괜찮아.."라며
생각이 많이 자라서 왔더라구요.
저는 우리아이와 교수님들을 믿습니다. " 화이팅"
안녕하십니까 강원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시사경제연구회라는 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그 동아리에서 제가 이번에 국립대 법인화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토론을 이끌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으며 공부를 하다가 교수님께서 쓴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제가 쓸 논문에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네,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저 역시 법적인 또는 행정적인 측면에 대해 전문적인 소양이 없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블로그 관심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학술정보관 자주 들러 주시구요(`!~)
교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유니스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
그리고 학교의 발전상 등...
최고의 대학이 되길 바라면서
개교 4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국 대학 중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선정됨은
학교의 큰 영광이라 봅니다.
유니스트의 기상이 새계 대학을 선도하리라 봅니다.
그러게말입니다. 최근의 우리 학교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도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15개 대학에 들었다는 기사에 기쁨과 안도를 느꼈습니다. 궤도에 잘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런 성과를 보여주신 많은 분들의 추진력에 탄복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집 바로 옆이 과기대라서(기숙사에서 보이는 아파트단지...ㅡㅡ 아시는지..)
궁금하다 검색중에 들어와보는데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말에 저도 끌리네요.
저도 면역학, 종양학, 뇌관련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혹시, 울산과기대는 이런분야는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