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지금은 명저의 반열에 오른 20 Ads That Shook the World라는 책에 보면 2차 대전 당시 철도 회사의 매우 나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광고 한 편으로 잠재워 버린 스토리가 나온다. 당시 전쟁 물자 수송 등으로 철도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었고 사람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지만 아주 어린 군인이 그 기차 회사의 야간 기차 침대칸에 편히 누워 고향에 두고온 멍멍이, 여자친구,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 짓는다는 그 광고 한 편이 등장한 이후로 그 다음 날부터 그 기차의 서비스 불량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것 자체가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군인에 대한 불평으로 여겨지게 되고, 그 이후로 사람들은 기차의 서비스 불량에 대해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광고는 제작자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가장 세련된 형태의 대중예술이다. 그 파괴력은 아이들이 과자를 집어들게 하는 것부터 가장 강력한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을 바꿔버리는 것까지 (린드 존슨 대통령 후보가 골드워터 후보를 딱 한 번의 방송으로 단 한 방에 침몰시켜버린 Daisy 광고) 실로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한가해진 틈을 타서 TV를 즐겨보는데 가장 재밌는게 뭐냐고 물으면 바로 미군 모집 광고이다. 걸프전 이후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미군의 입대비율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미군의 공급을 유지시켜주는 큰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미군의 TV 모집 광고이다.

일단 미해군 광고를 한 편 보도록 하자.


미군 광고는 육군, 공군, 해군 그리고 해병대가 따로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한 번 들으면 머리에 남을 표어를 하나씩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임팩트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위의 해군 광고에서 조차도 마지막의 Accelerate your life(인생을 가속하라)라는 문구가 머리에 남게 된다.

다음 광고는 모든 군대 중 가장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잘 전달하고 있는 공군의 최근 광고이다. 마지막 문구는 No one comes close(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이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표현인 No one comes close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은 놀랍게도 수긍 그 자체이다. 자국의 공군에 대한 강한 신뢰감과 존경이 이 동영상이 올라와있는 사이트들마다 넘쳐난다. 아울러 공군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 공군 예찬과 함께 육군이나 해병들의 약간은 장난기있는 조롱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국민의 사랑과 군대의 자신감 넘치는 광고의 관계는 달걀과 닭의 관계일 것이다. 국민의 사랑을 믿기에 자신만만하게 No one comes close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이러한 광고를 통해 공군들은 스스로 자부심을, 공군 지원자들에겐 선택에 대한 확신을 그리고 국민들에 대해서는 공군에 대한 존경을 얻어내는 것이다. 즉, 물고 물리는 관계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광고들이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이므로 모병 광고의 중요성이 비교적 적고 TV 광고를 하지 않지만 광고를 만들긴 하는 것 같다.

영상 자체는 훌륭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미군 광고의 특징은 주된 시청자층인 10대-20대 젊은 남성 그리고 군대를 동경하는 여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말이나 숫자보다 본질을 궁금해한다. 광고는 소개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소개팅에 나가서 어떤 남자가 "저는 강하고 멋진 남자입니다. 우리과 친구들의 62%는 저를 멋지다 생각한다더군요. 더욱 강하고 멋진 남자가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상대편은 어떤 생각이 들까. 최소한 감동은 하지 않는다. 차라리 문을 열어주고 의자를 빼주며 멋진 미소 한 번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군의 광고 기법은 현대 광고 기법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을만큼 정교하다.

최근 가장 감명 깊게 본 미해군 특공대 Seal (영화에 많이 나오는 네이비씰)광고이다.


Navy Seal은 미국 청소년들의 영웅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Seal이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안다. 그렇기 때문에 번잡스런 말보다 위의 영상이 더 와닿는다. 10대 아이들은 조용한 저 광고에 열광한다. 마지막 문구도 매우 조심스럽게 선택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광고처럼 문구도 없다. 미해군이라는 표현도 없다. 그저 홈페이지만 희미하게 나올 뿐이다.

군대에 관심 없는 여자들이나 남자들은 아마 저 광고를 보고 도대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게 이 광고의 매력이다. 차별이라고 부르는 전략을 통해 어떤 광고는 소수의 꼭 필요한 타겟에게만 이해가 되고 그로 인해 소속력을 더욱 강화시켜 효과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 광고를 이해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이 광고를 이해하는 소수는 Seal에게 더욱 강한 애착과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Seal처럼 소수정예인 Marine Corps (해병대)는 The Few The Proud라는 표어로 자신들의 선택받은 소수임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 중의 압권은 역시 가장 큰 규모의 US Army가 될 것이다. US Army의 광고는 광고 자체로 그다지 큰 가치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 광고 공세로 Nike의 Just Do It이나 McDonald의 I'm Loving it과 같이 자다가도 기억할 수 있을 "Army Strong"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처음 들으면 촌스럽고 왠지 웃기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제 Army Strong은 많은 미국인들이 알고 있을만큼 꽤나 성공한 표어가 되었다.

Army Strong의 뜻은 Strong이 육체적인 강함을 뜻한다면 Army Strong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과 지적인 강함을 모두 포함하는 뜻으로 미육군이 추구하는 강함이라는 것이다. 즉, 미육군은 Army Strong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언급한 바와 같이 Nike 등이 성공적으로 사용한 "구호를 각인 시키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Seal과 같이 차별화도 불가능하고 Air Force처럼 멋진 장비 등으로 이성에 호소하는 것도 어려운 육군으로써는 맹목적으로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각인 시켜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위 광고는 초기 Army Strong 캠페인을 시작할 때인 2006년도의 광고이다. Army Strong에 대해 긴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Army Strong이 익숙해진 2008년도의 미국인들에게 더 이상 이런 긴 정의를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 요즘의 광고는 그저 짧게 There's strong, and then there's Army Strong.이라고 말하기만 해도 그만이다. 들을 때마다 미육군의 전인적인 강함이 머리에 떠오른다. Just Do It을 들으면 머릿속에 Nike의 마크가 떠올랐다 사라지지 않는가?

미군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모병제이고 경제적 혜택도 상당히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징병제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군대의 위상은 너무 낮다. 매우 소중하고 고귀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다 빠지고, 돈 있는 집 자식도 빠지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이미지도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이미지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먼저 바꾸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좋은 광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군대 전체에 대한 가야만 한다. 의무다 이런 식의 광고가 아닌, 가고 싶게 만드는 광고가 필요하고 존경하게 만드는 광고가 필요하다. 너는 지적이니깐 공군이 어울린다라던가, 너처럼 강한 육체만이 해병이 될 수 있다라던가, 우리나라 육군은 세계 최강이라던가 이런 식으로 군대 선택의 경쟁을 유도한다면 군대의 선택이 자신에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중요한 절차처럼 인식될 것이고 자신이 속한 군대에 더욱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아울러 자부심을 느끼는 사병들은 지휘관들에게 자부심을 강요할 것이며 군대 전체의 자부심을 향상 시킬 것이다.

자부심이 강한 조직을 외부에선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 이것은 역사를 통틀어 만고불변의 진리다. 병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을 놀리거나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비열하고 천박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의 미국에서 군대의 정책을 비웃는 사람은 있어도 군인임을 비웃는 사람은 "감히" 없다.

현역도 아닌 내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적는 이유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역사를 통틀어 국가의 근간은 군대이다. 자국의 군대에 대해 자부심이 없고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한다면 후기 로마제국처럼 결국 천천히 붕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예산이 문제겠지만 좋은 광고를 통한 분위기 쇄신으로 우리나라도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국민들이 군인을 존경하는 문화가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군인임을 부끄러워했던 나라가 오래 살아남은 예가 있던가?

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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