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미국 에너지국(DoE)에 따르면 2005년 미국 전력의 1.2%는 데이터센터를 유지하는데 사용됐다. 이 중 75%는 순전히 서버를 작동하는데 사용됐다. 서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은 프로세서다. 프로세서는 이미 '펜티엄4' 시절에 100W를 넘어서 현재 출시되는 인텔 '제온(Xeon)' 프로세서는 150W의 전력을 거뜬히 소비하고 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손톱보다 작은 프로세서를 다리미 크기로 늘릴 경우 다리미 보다 두 배 가까운 뜨거운 열이 방출된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구조를 바꾸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방안 1    백짓장도 나눠들면 낫다 - 클러스터

200kg의 짐을 1시간 안에 10km 떨어진 곳에 옮긴다고 할 때 50kg짜리 짐을 시속 80km로 옮기는 자동차를 한 대 사용하면 네 번 왕복해 옮길 수 있다. 그러나 100kg짜리 짐을 시속 40km로 옮기는 자동차 두 대를 사용하면 두 번 왕복해 옮길 수 있다. 만일 자동차도 프로세서처럼 에너지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사용한다면, 시속 40km의 자동차 두 대를 사용할 경우 연료가 더 적게 들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만든 컴퓨터가 클러스터(cluster)다. 초고속은 아니지만 연비(에너지 효율)가 좋은 컴퓨터 여러 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초고성능 컴퓨터 한 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때 각 컴퓨터는 일반 PC보다 약간 높은 사양이면 충분하다.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최첨단 서버를 한 대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올 6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재규어를 비롯해 상위 10개 슈퍼컴퓨터 모두가 클러스터 컴퓨터다. 1994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베어울프(Beowulf)’라는 클러스터 시스템을 선보였을 때만해도 클러스터는 슈퍼컴퓨터의 ‘대용품’ 정도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슈퍼컴퓨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만큼 PC를 비롯한 소형 서버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아졌다. 



하지만 클러스터도 슈퍼컴퓨팅의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클러스터는 많은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묶여 있기 때문에 노드(클러스터를 구성하는 하나의 서버를 나타내는 단위)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적으로 노드 사이의 통신은 단일 기판 위에 있는 프로세서 사이의 통신보다 열 배 이상 속도가 느리다. 또 노드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한 번에 한 쌍의 노드만 통신할 수 있다. 즉 노드 A가 노드 B로부터 결과를 받는 도중에는 다른 노드들이 이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 이렇게 대기 시간이 줄을 잇다보면 시스템이 멈춰 있는 시간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시스템의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하나의 선로에 여러 노드를 붙인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나 3D 네트워크가 사용되고 있다. 또는 다른 노드의 계산 결과를 참조하지 않아도 되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방안 2    검색 엔진, 은행용 슈퍼컴에 강하다 - 가상화 기술

컴퓨팅 에너지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노드를 꺼두는 것이다. 검색 엔진이나 기업용 대규모 컴퓨팅처럼 사용자 수가 새벽에 뚝 떨어지는 경우에는 쉬고 있는 서버를 꺼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서버를 꺼둘 수는 없다. 부하가 낮더라도 각각의 노드가 하는 역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뜨고 있는 것이 가상화 기술이다. 가상화 기술이란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을 가상의 기계에서 실행하고 그 가상의 기계를 가상머신모니터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로 실행하는 구조다. 

먼저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노드를 ‘가상 상태’로 여긴다. 그리고 일이 많지 않은 가상 노드를 골라 하나의 실제 기계로 몰아넣고 일을 한다. 실제 일을 하는 기계는 하나인 셈이다. 할당받지 않은 실제 기계들은 저전력 상태로 두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반대로 시스템이 바빠지면 가장 일이 많은 가상 노드부터 실제 기계로 옮겨 실행시킨다. 잠시 작동을 멈춰야할 때도 실행 기계를 다른 기계로 옮기면 된다. 

2003년 영국 캠브릿지대에서 ‘젠(Xen)’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가상화 기술은 개발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은행이나 구글 같은 초대형 규모의 검색 엔진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곳에서 필요한 작업은 동시 다발적으로 유입되는 작은 크기의 일을 수초 내로 처리하는 것이다. 굳이 시스템을 전력 질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상화 기술은 가상 노드를 옮길 실제 기계를 넉넉하게 준비해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만일 하루 동안 가장 바쁜 시간은 한 시간이고 나머지 시간은 성능의 10%로 일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그 한 시간을 위해 평균적으로 필요한 성능의 10배 가까운 실제 기계를 장만해야 한다. 이는 시설구축 비용과 서버를 수용할 데이터센터 공간을 늘리는 문제를 낳는다.

방안 3    놀면 뭐해? 일이나 하자! - 그리드 컴퓨팅

또 하나의 돌파구는 그리드(Grid)라 불리는 컴퓨팅 모델이다. 클러스터가 초고성능 컴퓨터 한 대를 낮은 성능의 컴퓨터 여러 대로 쪼개 놓은 것이라면, 그리드 컴퓨팅은 이미 존재하는 자잘한 컴퓨터를 ‘노는 시간’ 동안 하나의 문제를 함께 풀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그리드 시스템은 1997년에 당시 컴퓨팅 성능으로는 푸는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소수암호(RSA) 알고리즘을 차례로 깨버려(Distributed.Net 프로젝트) 특정한 문제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수천만 대의 일반 가정용 PC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므로 클러스터보다 훨씬 더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또 참여하는 노드가 언제나 일정한 수준의 계산 능력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군사나 기업 데이터 처리 같은 보안이 필요한 정보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그리드로 풀기 적당한 문제는 Distributed.Net의 암호 깨기나 NASA의 ‘SETI@Home(외계신호 찾기)’ 프로젝트처럼 무수히 많은 해답 후보를 일일이 다

문제에 대입해서 맞는 답을 찾는 소모적인 문제에 국한된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 순위에는 그리드 시스템이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그리드 시스템을 포함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재규어가 아니라 UC버클리대의 ‘보닉(BOINC)’이었을 것이다.



방안 3    구름처럼 한계를 지을 수 없는 - 클라우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일회성 연구를 진행할 개인 또는 소규모 조직이라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구름 속에서 알 수 없는 구조를 통해 사용자에게 답을 되돌려주는 형태’다. 사용자들은 그 구름 속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저 문제를 해결해준 시스템게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뿐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시간에 따라 들쭉날쭉한 여러 사용자들의 요구를 합친다면 평균적으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의 양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용자가 새벽을 맞았다면, 인도에 있는 사용자는 저녁 시간이 되기 때문에 컴퓨팅 자원을 최대한 필요로 할 것이다. 만일 두 그룹의 사용자들에게 하나의 가상화된 클러스터 환경을 서비스한다면 시간에 따른 사용률의 변화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즉 각각의 사용자 그룹을 위해 독립적인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것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부속기능인 애니모토(Animoto) 서비스를 시작할 때 클라우드를 사용해 3일 만에 50대의 서버로 3500대의 서버만큼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초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장점뿐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평범한 개인에게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요즘 각광받는 증강현실은 PC와 스마트폰으로는 처리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보내 3D 영상의 인식과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클라우드는 기존의 슈퍼컴퓨팅 또는 대규모 컴퓨팅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구축 및 유지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고성능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나 PC 등에서도 제공할 것이다.

- 과학동아 2010년 9월 기획기사 기고문
- 저도 과학동아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제 제가 얻은 것들을 후학들에게 물려준다는 뜻에서 열심히 썼던 글입니다. 원래 훨씬 장문이었는데 편집진의 편집과정에서 축약되면서 기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표현들이 발생했네요. 그래도 기본적인 생각이 전달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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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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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도 글도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서울에서 명인이 한다는 스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워낙 소문을 많이 들어온 곳이라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속담대로 모임의 목적 보다는 얼마나 맛있는 스시를 만드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좋은 재료를 써서 내왔지만 다른 곳들에서 흔히 있는 스시들이었고, 입안에 넣었을 회에 비해 밥의 양이 부족하여 허전함이 느껴졌다. 고급 스시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회를 아끼지 않음을 보이려고 하다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만약 내가 선택할 있다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이라고 있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갑자기 오래 전에 미국에서 가봤던 어떤 스시집이 생각났다.


미국 동부 내륙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기에 신선한 참치 등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좋은 스시집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냉동 참치를 해동해서 사용한다. 아무리 해동해도 냉동 참치는 약간의 비린 감을 지울 없다.


평소 미국에서 먹을 때마다 느꼈던 예의 느낌을 기대하며 참치스시를 입안에 넣었을 ,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고 상쾌한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자세한 비밀을 물어볼 없었지만 참치 표면 감귤류의 즙과 와사비를 엷게 바른 듯한 느낌이 났다. 비릿한 해동 참치의 느낌을 지우기 위한 비책인 생각되었다. 외에도 집에서는 현지의 야채와 생선들을 재밌게 활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오징어 물회에 얼음 덩어리를 넣어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별로 화려하지 않은 어떤 가게에서 얼음을 칼로 채를 썰어 얼음 채를 넣어주는 것을 보았다. 얼음이 물과 닿는 표면적을 넓혀 짧은 시간에 얼음의 냉기가 물로 스며들도록 하고, 입안에도 쉽게 녹아 차가운 느낌을 더욱 강하게 주기 위함이란다.


루이비통은 파리에서 여행용 트렁크 제조로 사업을 시작했다. 루이비통의 단순하면서도 다소 투박했던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그것이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평탄한 표면의 직육면체 디자인을 처음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트렁크의 표면을 둥글게 디자인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루이비통은 마차 여행이 대중화 되면서 직육면체 구조를 통해 마차의 실내에 많은 짐을 안정적으로 쌓을 있도록 디자인을 하여 인기를 끌었다.


우리는 명품과 같은 재료, 같은 방법으로 만든 물건을 짝퉁이라 부르고 멸시한다. 겉에서 보기에 아무런 차이가 없어도 절대 그것은 진품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콜럼버스의 달갈처럼, 새로운 시도들을 보고 흉내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짝퉁에는 진품에만 있는 그런 시도를 했어야만 했는지 대한 절박한 이유와 깊은 고뇌가 담겨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짝퉁들은 겉모습만 비슷할 , 사람들의 필요에 들어맞지 않고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철학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트뤼프 소스로 맛을 푸아그라도 어딘가 아쉬운 짝퉁이 것이고, 요리사의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면 오징어 물회이든, 중국집 자장면이든 능히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전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잊지 않고, 목적을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생각해낼 ,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주는 창조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록 작은 차이일지라도 철학이 깃든 창조물에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창조를 해내는 사람들을 장인, 명인, 예술가 등으로 칭송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유명했던 명인은 없었고, 백화점 명품 매장부터 시작된 명품도 없었다.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타성 젖은 방법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애정과 나아지기 위한 치열한 고민으로 자신의 철학이 녹아든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낸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명품의 반열에 오를 것이고, 자신은 명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것이다.


- 울산제일일보 세번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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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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